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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스타일과 저작권 침해 행위
김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시우)
2026. 4. 20. 16:31
1. 지브리 스타일에 대한 열풍과 저작권 문제
(1) 일반론
한 때 지브리 스타일 열풍이 불었고, 그것은 1년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진을 챗GPT에 입력하고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시켜 달라고 한 후 그 그림을 다운받아서 카톡 프로필 등에 이용했다. 이것은 저작권 침해일까, 아닐까?
만화체나 만화 스타일은 표현이 아닌 표현하는 방법이므로 아이디어 영역에 속해서 저작권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국민 대다수는 저작권 침해에 대하여 그리 민감하지가 않다. 저작권에 대해서 잘 모른다.
저작권 침해 여부를 검색해보면, 지브리 스타일은 아이디어 영역이라서 침해가 아니라는 누군가의 주장을 뻐꾸기처럼 되풀이하는 것이 현실이다.
논리적으로는 일부는 맞는 말이다.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기 때문에,
지브리 그림이 아닌 "지브리 스타일"은 사상 또는 감정, 즉 아이디어의 영역이어서 저작물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그러할까? 저작권 전문 변호사로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2) 지브리 스타일은 스타일을 따라 한 것일까, 캐릭터를 따라 한 것일까.
사람들이 착각하기 쉬운 것 중 하나는 법리가 정해져 있다면 모든 사건이 법리 대로 갈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리보다 중요한 것이 각자의 개별적인 사실관계이고, 그 개별적 사실관계가 법리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해야 하는 것이 변호사들의 역할이다.
따져 볼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진을 지브리 스타일로 변환을 하였고, 그 사람들은 모두 다르게 생겼다.
사람의 얼굴과 사진이 모두 다른데도, 챗지피티를 통한 지브리 스타일 변환 그림에서 나오는 얼굴은 다 똑같거나 비슷하다.
스타일이 동일하니 결과물도 동일하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그럴까?
지브리 스타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사진을 변환시킨 결과물은 지브리가 과거에 그렸던 만화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 중에 하나이다.
결국, 말이 스타일이지 실제로는 지브리 만화 캐릭터 그대로이다.
스타일 이라는 용어 자체가 사람들에게 혼동을 준 것이고, 캐릭터 자체가 지브리 만화의 등장인물 중 누군가이다.
이렇게 본다면, 지브리 스타일(지브리 풍의 그림 그리는 방법) 을 따라 한 것이 아니라,
지브리 만화 캐릭터 중에 하나로 사진의 얼굴을 대체시킨 것에 불과하다.
즉, 아이디어의 영역이 아닌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것은 저작물을 따라한 것으로서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2. 그림체(스타일)는 아이디어의 영역일까, 표현의 영역일까.
(1) 비문언적 표현으로서 그림체(스타일)가 표현에 속할 가능성
그림체(스타일)는 사람들의 생각처럼 아이디어의 영역에 해당할까?
그림 그리는 방법에 해당하기 때문에 아이디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림체는 그림 그리는 방법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기 위한 기본 뼈대에 해당한다.
최종 그림을 위하여 그리는 일종의 스케치에 해당한다고 보면 어떨까.
소설에는 문언적 표현과 비문언적 표현이 있다.
문언적 표현이란 소설에 글로 씌여진 가시적인 부분을 의미한다.
비문언적 표현이란 소설 전체 시나리오를 관통하고 있는 각 인물들의 성격,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세계관, 플롯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다.
비문언적 표현을 두고 아이디어의 영역이라고 하지 않으며, 글로 표현되지는 않았으나 표현의 영역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그림 그리는 화풍, 스타일은 아이디어의 영역일까?
생각하기 나름이겠으나, 필자는 비문언적 표현의 영역에 속할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
가령, 대표적인 예로 행위예술가의 행위는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비문언적(non-verbal) 표현으로 명확히 간주될 수 있다.
스타일과 표현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으며, 행위예술에서 스타일은 표현의 독특한 방식(manner)이고,
표현은 스타일을 통해 전달되는 실체(content)이기 때문이다.
행위예술가의 스타일은 아이디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비문언적 도구이자 그 자체로 완성된 표현이다.
행위예술가들의 작품은 각 예술 행위마다 조금씩 변화되는 부분이 있다. 표현이 비정형적이다.
하지만 비정형적이라고 하여 그것을 아이디어라고 보지 않으며 표현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이 때 특정 행위예술가의 작품을 모방한 경우,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 했다면 이는 표현을 따라 한 것이다.
결국, 행위예술가의 스타일을 따라 한 것은 저작권 침해가 된다.
그렇다면, 화풍은 어떤가?
그림체는 행위예술하고는 다소 차이가 있겠으나,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
고흐가 붓의 터치와 질감을 주는 방법은 고흐가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것에 해당하므로,
즉, 고흐 스타일이란 그림 그리기 위한 고흐의 아이디어로 볼 것이 아니라 고흐가 아이디어를 표현한 것이다.
태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붓터치이며, 바다의 느낌을 주기 위한 붓터치이고, 빛의 번짐을 표현하기 위한 붓터치이다.
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실제로 표현된 것이다.
물론, 지브리 스타일에는 고흐의 붓터치처럼 미묘한 표현이 들어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굳이 이를 다르게 볼 이유가 있을까.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붓터치 이외에도 구도, 스케치, 색감, 색의 혼합 등 다양한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
(2) 스타일 자체는 아이디어이더라도, 그 결과물인 그림은 표현에 해당될 가능성
사진의 경우 저작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사체의 선정(무엇을 찍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 구도의 설정(피사체를 화면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빛의 조절(조명,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 및 셔터 속도(촬영 기술을 통한 표현 방식), 셔터 찬스의 포착(결정적인 순간을 선택하는 능력), 인화 및 편집 과정(현상, 인화, 디지털 보정 등에서의 창의적 노력)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스타일이란 사진처럼 위 다양한 방법을 결합한 방식이다. 피사체의 선정, 구도 설정, 빛의 조절, 카메라 각도 및 셔터 속도, 셔터 찬스의 포착, 인화 및 편집 과정은 아이디어에 해당하지만, 그 산물이자 결과물로서 사진은 표현이 된다.
지브리 스타일도 마찬가지로 그림이 표현이 될 수 있는 각 아이디어의 복잡한 결합에 해당된다.
스타일은 아이디어이지만,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은 스타일에 의해 도출된 최종 산물인 그림이고, 이 그림은 표현이다.
3. 지브리 스타일 그림은 형사고소나 민사소송 대상일까.
(1) AI 결과물은 공정이용에 해당하거나,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되지 않음
국민 대다수가 지브리 스타일을 따라 하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범죄자냐면서 이견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번 지브리 스타일 유행과 관련하여 저작권에 대한 대중들의 무신경함은 도가 좀 지나치다.
일종의 AI 환상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지브리 스타일 열풍과 저작권 침해에 대한 제일 큰 책임은 오픈 AI 개발자들에게 있다.
챗지피티 개발자들이 기존의 저작물을 이용하여 딥러닝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딥러닝 행위가 저작물을 무단으로 이용한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자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최근에는 신문사 등 권리자가 오픈형 AI에게 딥러닝을 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료를 내고 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도 접했다.
챗지피티가 지브리 스타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저작자로부터 허락을 받고 상당한 저작권료를 지불하였어야 한다.
그러하지 않은 경우에 챗지피티는 사람들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방조죄를 범한 것이다.
과거 소리바다와 같다.
대중들이 소리바다로 파일을 공유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가 되고, 소리바다 제작자는 저작권 침해의 방조범이 되는 구조다.
챗지피티는 예전의 소리바다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AI의 특성상 저작물 공정이용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그렇게 보기는 힘들다.
공정이용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저작물의 이용이 그 잠재적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
챗지피티의 상업성을 보면 이를 저작물의 공정 이용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챗지피티가 지브리 스타일을 사용하기 위해서 지브리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였다는 뉴스 기사를 접한 적이 없다.
과거 소리바다가 저작물 공정이용이 아니었음을 생각해 보면 명확하다.
개인 휴대폰, PC는 가정, 이에 준하는 장소이고 챗지피티는 단지 그 안에 설치된 프로그램에 불과하여,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 PC에서 캐드 프로그램 해적판을 사용하는 것은 개인의 장소이더라도 침해이듯이, 챗지피티도 마찬가지이다.
(2) 실무상 저작권 침해는 친고죄로 다룸
그러면 왜 지브리 스타일에 대해서 저작권 침해인데도 사용자들을 처벌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은, 저작권 침해는 상습적이고 영리목적이 아닌 이상 친고죄이기 때문에 반드시 권리자가 고소를 해야만 처벌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실무적으로 상습적이고 영리목적의 저작권 침해이더라도 친고죄처럼 다루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영리목적으로 저작권 침해를 해서 고소를 한 후에 합의하면,
합의 사실과 무관하게 영리목적이었기 때문에 고소 취하를 해도 처벌을 하는게 원칙이다.
다만 합의사실이 양형에 반영되어 기소유예처럼 직접적 처벌을 면해 주는 것이 법리에 맞다.
하지만, 실무상 고소 취하를 하면 경찰서에서는 증거불충분이라면서 그냥 무혐의를 준다.
사실상 친고죄를 적용하는 셈이다.
따라서, 지브리 스타일에 대하여 지브리로부터의 고소가 있어야만 형사 문제가 시작된다.
지브리 만화에 대한 대중의 사랑을 생각했을 때, 지브리가 자신을 사랑해 주는 대중들을 대상으로 고소를 남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예전 뉴스에서, 스튜디오 지브리는 AI 기술을 활용해 자사의 화풍을 무단으로 복제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우려와 거부감을 표명해 왔고,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AI가 생성한 창작물이 생명에 대한 모욕이며, 고통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것 같다는 강한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소송에 대해서는 꽤나 신중하고 약간은 부정적인 입장인 느낌이었다.
아직까지는 지브리가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시작했다는 뉴스가 없다.
4. 지브리 스타일 등 챗지피티 결과물을 영리적으로 사용해도 될까.
(1) 영리적 목적을 위한 사용은 절제해야 함
한 가지 생각해 볼 점은, 과거 소리바다 사건에서 초창기에는 권리자들이 소리바다 회사를 방조죄로 고소했다는 점이다.
지금은 소리바다 이용자들을 개별적인 저작권 침해로 고소하는 것이 흔해졌다.
지브리 스타일 역시도 소송을 개시한다면 그 뚜껑은 챗지피티로 열면 모를까, 개인을 대상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중들이 지브리 스타일을 사랑하는 만큼 그 사용에 있어서도 영리적 목적이 아닌 개인적 목적이 대부분이고,
따라서 지브리가 대중들을 상대로 소송을 하더라도 비영리적 이용이었기 때문에 손해배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도 없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이란 결국 그 침해로 인하여 침해자가 얻게 되는 부정한 이익을 권리자가 되찾아 오는 것이다.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부정한 이익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해도 실익이 없게 된다.
물론 재산적 손해가 아닌 위자료 청구는 별개이지만.
그런데, 최근에 영리적으로 지브리 스타일을 사용하는 것이 계속 눈에 띄고 있다.
가령, 헬스장 홍보 전단지를 지브리 스타일로 만드는 경우, 지브리가 문제를 삼으려고만 한다면 얼마든지 문제삼을 수 있다.
뭐든지 권리자가 권리를 주장하면 문제가 된다.
지브리는 이러한 상업적 행위를 잘 모르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발상은 다소 위험하다.
(2) AI 산물은 저작권 침해 여지가 숨어 있음 : 의거 관계의 확대
필자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이거다.
지브리 스타일처럼 한정하여 생각하지 말고, 최근 챗지피티를 이용한 다양한 것들을 따져 보자는 것이다.
챗지피티를 통하여 습득한 아이디어, 그림, 보고서 등등은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사용 전에 한번쯤 그 원조가 무엇인지 찾아보는 정도의 노력은 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 침해는 고의성을 직접적으로 묻지 않는다.
의거 관계와 실질적 유사성을 묻는다.
권리자와 침해자 간에 의거 관계가 있고, 창작물과 침해물 간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으면 침해로 본다.
가령, 권리자와 침해자가 모두 웹툰 작가라면 의거 관계가 있고, 웹툰 그림이나 표현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으면 침해를 인정하는 것이다. 고의성 여부를 별도로 따지지 않는다.
챗지피티라는 도구는 위 의거 관계를 더욱 확대시켜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쪽은 웹툰작가이고 한쪽은 일반인이더라도 챗지피티를 통하여 둘은 서로 연결이 될 수 있다. 의거관계가 확대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실질적 유사성만 있으면 침해가 성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