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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칼럼

디스커버리와 특허법 제132조

김정욱 변호사 (법무법인 시우) 2017. 6. 27. 07:26

어제는 특허법원에서 한국지적재산권변호사협회(KIPLA)와 특허법원이 함께 하는 Bench Bar Conference가 있었습니다.

 

 

 

 

 

비가 내려 더위가 살짝 풀린 선선한 날씨였지만, 컨퍼런스 실내는 여러 판사님들과 변호사님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 올라 있었습니다.

 

 

 

 

이 날의 주된 안건은 특허침해 소송에 있어서 새롭게 개정된 특허법 제 132조 자료제출명령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Discovery 제도가 있습니다. 

특허침해 소송이 개시되면 원고와 피고는 자신의 모든 것을 제출해야만 합니다.

특허 침해 규모나 액수를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디스커버리 제도는 경쟁업체 제품의 원가와 재료 등의 영업비밀을 전부 노출시키기 때문에 피고의 방어권과 관련하여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러한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료제출명령이 있습니다.

그런데 구 특허법 제132조는 디스커버리 제도에 비하여 너무 빈약하여 특허권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고, 2016. 3.에 개정되기에 이릅니다.

디스커버리 제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법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어서 개정된 것입니다.

그런데, 겨우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법조항이므로 그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난항을 겪고 있었으며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개정 특허법 제132조에 대하여 살펴보고 실제 적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음은 개정 특허법 제132조입니다.

 

제132조(자료의 제출) ①법원은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 침해소송에서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상대방 당사자에게 해당 침해의 증명 또는 침해로 인한 손해액의 산정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다. 다만, 그 자료의 소지자가 그 자료의 제출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6.3.29.>
② 법원은 자료의 소지자가 제1항에 따른 제출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그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자료의 제시를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그 자료를 다른 사람이 보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신설 2016.3.29.>
③ 제1항에 따라 제출되어야 할 자료가 영업비밀(「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영업비밀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 해당하나 침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의 산정에 반드시 필요한 때에는 제1항 단서에 따른 정당한 이유로 보지 아니한다. 이 경우 법원은 제출명령의 목적 내에서 열람할 수 있는 범위 또는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을 지정하여야 한다.  <신설 2016.3.29.>
④ 당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제출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자료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신설 2016.3.29.>
⑤ 제4항에 해당하는 경우 자료의 제출을 신청한 당사자가 자료의 기재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고 자료로 증명할 사실을 다른 증거로 증명하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때에는 법원은 그 당사자가 자료의 기재에 의하여 증명하고자 하는 사실에 관한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신설 2016.3.29.>

 

그 전의 구 제132조를 볼까요?

 

법원은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의 침해에 관한 소송에서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해당 침해행위로 인한 손해를 계산하는 데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도록 다른 당사자에게 명할 수 있다. 다만, 그 서류의 소지자가 그 서류의 제출을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한다.

 

구 제132조에 비하여 개정 제132조는 자료제출명령에 대한 강제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허침해 사건에서 손해를 계산하는 방법은 특허 침해자가 판 제품의 개수에서 얼마만큼의 이익을 취했는지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익액을 알기 위해서는 원가를 알아야 하고 제품 판매수를 알아야 하고 마진을 알아야 합니다.

과거에는 영업비밀이라고 하여 공개를 꺼려하였고, 그 결과 특허침해 소송에서 그 침해액이 제대로 반영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개정 제132조 제1항에서는 손해배상 산정에 필요한 자료 뿐만 아니라, 특허 침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자료의 제출도 요구할 수가 있게 되었으며, 제2항 및 제3항에서는 영업비밀 등과 관련된 자료이더라도 손해 산정과 관련하여 유일한 증거인 경우와 같이 '반드시 필요한  때'에는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제출에 대한 강제성을 부과하는 조항이 제4항과 제5항입니다.

한글임은 알겠는데 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겠죠?

민사소송법 문서제출명령 조항을 같이 곁들여서 보면 이해가 좀 되실 것입니다.

 

제347조(제출신청의 허가여부에 대한 재판) ①법원은 문서제출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결정으로 문서를 가진 사람에게 그 제출을 명할 수 있다.
②문서제출의 신청이 문서의 일부에 대하여만 이유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 부분만의 제출을 명하여야 한다.
③제3자에 대하여 문서의 제출을 명하는 경우에는 제3자 또는 그가 지정하는 자를 심문하여야 한다.
④법원은 문서가 제344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문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 문서를 제시하도록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그 문서를 다른 사람이 보도록 하여서는 안된다.

 

제349조(당사자가 문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의 효과) 당사자가 제347조제1항·제2항 및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따르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349조에서는 문서제출명령에도 문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에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합니다.

예를 들어, 소송에서 '이면 계약서에 1억 원의 금원의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을 때, 문서제출명령에도 불구하고 '이면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1억 원 합의 계약서가 있었다는 주장'을 인정할 뿐, '1억 원 합의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다시 특허법 제132조를 보겠습니다.

제4항은 민사소송법 제349조와 똑같습니다. '자료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는 구조입니다.

중요한 점은 제5항입니다. 법원은 '자료의 기재에 의하여 증명하고자 하는 사실에 관한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349조와 비교하여 볼 때, 특허법 제132조는 침해액에 관련된 자료 제출명령에도 피고가 불응한다면 원고가 주장하는 피해액 전액을 인정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다만, 법조항은 "

구체적으로 주장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고 자료로 증명할 사실을 다른 증거로 증명하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때"라고 되어 있습니다. 다른 증거로 대체 불가능한 것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주장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어느 정도가 되어야 인정할 수 있을지는 기준이 불분명합니다. 이러한 추상적 문구는 한참 후 법원의 판례가 축적되고 나서야, 일반인들이 그 기준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사실, 개정 제132조는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 대신에 도입되는 제도이므로, 일부 실무가들 입장에서는 보다 확대하여 적용하리라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컨퍼런스에서 확인된 바로는 역시 법조계는 보수적이며, 위 조항의 적용에 있어서도 매우 보수적으로 적용되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특허 침해 사건에 있어서 특허권자의 보호는 원고의 변호사들이 얼마나 혼신의 힘을 기울여 특허권자가 입은 피해액을 증명해 내느냐로 결정될 것이고, 위 법 조항의 적용에 있어서도 변호사들의 역량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최근에는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준비 과정 중에는 과거 십여 년 전과는 다르게 지식재산권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지식재산권을 어떻게 확보하고 잘 관리해 나가느냐는 것은 짧은 미래가 아닌 긴 미래를 보고 준비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처음부터 알 수는 없으며, 잘 나가는 스타트업은 반드시 경쟁자가 나타나게 되어 있고 필연적으로 지식재산권의 침해가 우려됩니다.

지난 주 서울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 근처에서 '헤이! 스타트업!' 이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글로벌 스타트업 기업들이 모여 홍보 등을 하는 페스티발이었습니다.

제가 속한 민변의 '스타트업법률지원단' (http://www.startuplaw.kr/ )은 스타트업 관계자분들에게 무료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무료 상담 내용들 중 과반수 이상이 특허, 상표, 영업비밀, 저작권과 관련된 지식재산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을지에 대한 스타트업 관계자분들의 걱정과 고민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현재로서 볼 수 있는 미래에 대한 것은 상담을 통하여 충분히 말씀드렸습니다. 이것은 예방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언제 어떤 문제가 생길 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법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예방과 치료 둘 다에 있습니다.

지식재산권 침해를 당하여 병이 났을 때를 대비하여, 우리 법 전문가들은 보다 나은 치료법을 개발하면서 항상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한국지적재산권변호사협회와 특허법원의 컨퍼런스는 그러한 치료법 개발의 일환일 것입니다.